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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사진전/일반] 잔디를 깎으면서 드리는 기도
- 박주옥
- 2026.04.09
- 56
잔디를 깎으면서 드리는 기도
푸른 융단처럼 깔린 잔디 사이로
누가 심지도 않은 미움이 돋아나고,
가르치지도 않은 고집이 뿌리를 내립니다.
허리를 숙여 하나하나 골라내며 생각합니다.
내 안의 미움은 어찌 이리도 질긴지,
고정관념은 어찌 이리 깊이 숨어 있는지.
뽑아내도 다시 고개를 드는 모습이
꼭 나의 어리석은 마음을 닮았습니다.
날카로운 기계로 잔디를 고르게 깎아내듯,
나를 앞세우려던 교만의 깊이를 잘라내고
모두를 같은 눈높이로 바라보게 하소서.
땀방울이 흙으로 떨어지는 순간,
내 영혼의 묵은 뿌리들도 함께 뽑혀 나가길…
비워진 자리마다 당신의 평화가 새순처럼 돋아나게 하소서.
뽑고 깎아내어 말갛게 비워진 마당 위로
비로소 고요한 햇빛이 내려와 웃어줍니다.


